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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 한상이 1000원, 너무 착해서 논란이라는데..

너무 싸서 ‘돈쭐’도 어려워요.

해뜨는 식당의 1000원 백반./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1년째 1000원짜리 백반을 파는 한 식당의 이야기가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이 식당은 잡곡밥과 된장국,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 한 상차림을 단돈 1000원에 팔고 있었다. 치솟는 물가에 7000~8000원은 줘야 밥다운 밥을 먹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1000원짜리 백반이라니. 이 식당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000원 백반을 파는 곳은 광주 대인시장에 있는 ‘해뜨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고(故) 김선자씨가 2010년 열었다. 김씨는 사업 실패 등으로 끼니도 어려웠던 시절,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주기 위해 이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백반 가격이 1000원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처럼 힘들고 배고픈 이들이 부담 없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가격이 싸다 보니, 경제적 여유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들과 끼니를 거르기 십상이었던 주변 상인들이 단골이다.

해뜨는 식당을 처음 연 故 김선자씨와 해뜨는 식당의 외관./ MBC 뉴스데스크

해뜨는 식당에는 하루 100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오갔지만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남는 것이 없었. 오히려 매달 100만~200만원에 이르는 적자가 났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이어나가던 김씨는 안타깝게도 2015년 대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눈을 감은 후에는 그의 딸인 김윤경씨가 식당 운영을 대신하고 있다. 식당을 계속 이어나가 달라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딸 김윤경씨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모녀의 뜻에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쌀, 김치, 현금 등을 후원했지만 식당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딸 김윤경씨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회사 일을 함께 하며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해뜨는 식당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선 ‘돈쭐(선행을 베푸는 음식점 등 사업장의 물건을 많이 팔아주자는 뜻으로 쓰이는 신조어)’을 내주자는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백반 가격이 워낙 싸다 보니 돈쭐조차 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돈쭐이 어려워지자 인터넷상에선 해뜨는 식당 후원 계좌번호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문수 신부가 돈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청년밥상’./ tvN ‘유퀴즈온더블럭’

올봄 tvN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밥상’ 역시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너무 저렴한 가격의 음식값에 ‘돈쭐을 내주기’ 어려운 식당 가운데 하나다. 서울 정릉에 위치한 이 식당은 돈이 없어 밥을 굶는 청년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곳이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다. 찌개를 주문하면 밥은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네 명이 와서 찌개를 두 개만 시켜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찌개 값은 1인분에 3000원. 밥값을 무료로 하면  되려 청년들이 불편해 할까 어쩔 수 없이 책정한 금액이다. 물론 돈이 없어 계산이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무료로 밥을 제공한다. 이 신부의 뜻에 감동한 유퀴즈온더블럭의 MC 유재석씨는 이 식당에 5000만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영남씨가 필리핀에 문을 연 민들레식당의 모습, 민들레 식당이 위치한 곳은 마닐라의 한 빈민가다./ KBS ‘인간극장’

인천의 한 달동네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식당이 있다. 25년간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하다 환속한 서영남씨가 운영하는 민들레 국수집이다. 2003년 문을 연 이 식당은 밥을 무료로 제공한다. 돈을 받지 않는 데다 원하는 만큼 마음껏 밥을 먹을 수 있다 보니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노숙자들이 이 식당을 많이 찾았다. 하루 몇 번씩 식당을 찾아도 서영남씨는 계속해서 식사를 제공했다. 마음이 헛헛하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이 사람이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었다. 식당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민들레식당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를 통해 몇 차례씩 전파를 타기도 했다.

서영남씨는 인천에 이어 2014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의 한 빈민가에도 민들레식당을 열었다. 우기철마다 태풍, 폭우로 마을이 물바다가 되고 벌이가 없어서 굶주림이 일상이 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서영남씨는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미래를 위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줬다. 1988년 수도사로 필리핀에 파견돼 낯선 땅에서 힘들게 지내던 그를 따뜻하게 대해줬던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돌려 주기 위한 일이었다.

청주 김치만나식당이 제공하는 1000원짜리 아침 밥상./ 유튜브채널 ‘조반장TV’

청주에 위치한 만나김치식당은 2008년부터 매일 아침식사를 단돈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식사 시간은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이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손님 대부분은 새벽 일을 나가는 사람들이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박영숙, 김일춘씨 부부가 매일 만들어 내놓는 이 아침식사의 값은 1000원에 불과하지만 따뜻한 밥과 국에 여러 가지 반찬을 뷔페 형식으로 양껏 담아먹을 수 있는 어엿한 한상이다.

부인 박영숙씨가 전날 밤늦게까지 국과 반찬을 만들어 놓으면, 남편 김일춘씨가 새벽 5시 출근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원래 이 아침식사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던 것이었으나 공짜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이 많아 1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식당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곳이다.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한 끼를 제공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이웃들을 위한 착한 식당들은 다르다. 뱃속의 허기 아니라 마음속 허기까지 달래준다. 이런 식당들이 조금 더 오래 우리 곁에 자리하길 바라본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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